Page 28 - 선림고경총서 - 05 - 참선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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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참선경어
3.일념으로 정진하라
참선할 때 ‘죽음’이라는 하나의 문제를 가지고 늘 염두에 두면
서 자기의 몸과 마음을 죽은 상태와 똑같이 하는 방법이 있다.그
렇게 되면 오직 이 문제를 밝혀야겠다는 그 한 생각만이 눈앞에
남아 있게 된다.이때의 한 생각이란 하늘을 찌를 정도의 긴 칼과
같아서 무엇이든 갖다 대는 족족 베어지므로,도저히 어찌해 볼
수 없는 것이다.그러므로 막힌 것을 걸러내고 둔한 것을 갈다 보
면 칼은 사라진 지 오랜 뒤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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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고요한 경계를 조심하라
참선할 때 가장 경계해야 할 사항은 고요한 경계에 빠져들어 사
람을 말라죽은 듯한 적막 속에 갇히게 하는 태도이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사람들은 번거로운 곳을 싫어하고 고요
한 곳에서는 대부분 염증을 느끼지 않는다.도를 닦는 수행인의
경우도 그러하다.시끄러운 바닥에서만 내내 살던 이가 일단 조용
한 경계를 맛보고 나면 그것이 꿀이나 되는 양 달갑게 받아들이게
된다.이런 사람은 권태가 오래되면 잠자기를 좋아할 것이니,자기
가 이런 병통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아차릴 수 있겠는
가.
*초(楚)나라 때 한 사람이 배를 타고 나루를 건너다가 실수하여 칼을 물 속에
빠뜨렸는데,그 자리에서 뱃전에 표를 해 두었다가 배가 나루에 닿은 뒤 표
를 해 둔 뱃전 밑의 물 속에 들어가서 칼을 찾고 있더라는 각주구검(刻舟求
劍)의 고사.여기서는 점수(漸修)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