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1 - 선림고경총서 - 05 - 참선경어
P. 31

제1장 처음 발심한 납자가 알아야 할 공부 31


               8.세 가지 폐단을 조심하라

               공부가 되기를 바란다면,천 근 되는 짐을 어깨에 걸머진 듯하
             여 팽개치려 해도 내려놓지 못하는 형편이 되어야 한다.또한 잃

             어버린 중요한 물건을 찾듯 하여 확실하게 찾아내지 못하면 맹세
             코 마음을 놓지 말아야 한다.이 과정에서 주의해야 할 것은 아집

             과 집착과 알음알이[計較]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아집은
             병(病)이 되고 집착은 마(魔)가 되며 알음알이는 외도(外道)로 빠지
             게 한다.결단코 마음을 한 곳에 집중하여 잃어버린 물건을 찾듯

             열심히 공부하면 앞서 말한 세 가지 폐단이 얼음 녹듯 말짱해질
             것이다.이른바 “마음을 일으켜 생각을 들뜨게 하면 그 자리에서

             법체와 어긋난다[生心動念 卽乖法體]”라고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하는 말이다.




               9.또렷하게 깨어 있는 채로 참구하라

               화두를 들고 공부하는 납자는 쥐를 잡으려는 고양이처럼 분명

             하고 또렷하게 깨어 있어야 한다.옛사람도 “적군의 목을 베지 않
             고는 맹세코 쉬지 않겠다”라고 말씀하셨다.그렇지 않으면 망상의
             도깨비굴 속에 들어앉게 되어 어둡고 깜깜한 채로 일생을 다 보내

             고 말 것이니 참선을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고양이가 쥐를 잡을 때는 두 눈을 반짝 뜨고 목표물을 노려보며

             네 다리에는 힘을 주고 곧추서서 오는 쥐를 잡아 입에 물어야만
             비로소 목적을 달성한 것이다.그런데 그때 비록 닭이나 개가 옆
   26   27   28   29   30   31   32   33   34   35   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