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5 - 선림고경총서 - 06 - 선림보훈
P. 225
밀암 함걸스님 225
아가라 한다면 의심을 내어 믿지 않을 뿐만 아니라 따르지 않을
까 염려스럽다.
이로써 관찰해 본다면 사람 마음은 익숙한 것을 편안하게 여
기고,아직 보지 못했던 것에 대해서는 깜짝 놀란다.이는 인지상
정인데 무얼 괴이하다 하겠는가. 여시사간서(與施司諫書)
2.
밀암스님이 수좌 오(悟)스님에게 말하였다.
“총림 가운데서 유독 절강인(浙江人)은 경솔하고 나약하여 도
를 이룬 자가 적은데,그대만은 재질이 크고 도량이 넓으며 지향
하는 바가 바르고 확실하다.더욱이 안목마저 깊숙하니 그대의 앞
날을 쉽게 말하지 못하겠다.다만 허명을 숨기고 바깥보다는 내실
에 힘쓰며,자취를 감추고 자기의 잘난 빛을 누그러뜨려 세속과
동화하는 가운데 언행이 모나게 해서는 안 된다.이는 마치 기와
를 구울 때 원형의 판을 네모로 잘라내 사각 기와를 만들고 떼어
낸 네 곳을 합쳐 다시 원형을 만들듯 다 용납하는 태도여야 한다.
중도를 지니고 세력과 이익엔 조금도 타협하지 말라.그렇게
하면 구태여 티끌 같은 세상을 떠나지 않고 그 자리에서 불사(佛
事)를 지으리라.” 여소암서(與笑庵書)
3.
스승 응암(應庵)스님께서는 일찍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훌륭한 사람과 못된 이는 서로 반대되므로 가리지 않으면 안
된다.훌륭한 사람은 도덕과 인의를 지니고 몸을 지키며,어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