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2 - 선림고경총서 - 06 - 선림보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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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 선림보훈 하
오장육부를 훤히 꿰뚫어보듯 하였습니다.이 말을 믿고 받들어 실
천한다면 따로 불법을 구하는 일이 무슨 필요가 있겠습니까.”
영은석각(靈隱石刻)
13.
시랑 우공이 졸암스님에게 말하였다.
“옛날에 묘희스님은 임제스님의 도가 스러져 가는 마당에 일으
켜 세워 놓고도 성품이 겸허하여 도를 보았노라고 떠들어대지 않
으셨습니다.평소에 권세 있는 집에 달려가지 않았으며 이양(利養)
에도 구차하지 않았는데,언젠가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만사를 제 뜻대로 쾌락만을 찾아서도 안 되며,사치스럽고 게
으른 태도를 지녀서도 안 된다.만사 중에는 시대에 도움이 되고
대중을 편케 해주는 것이 있는가 하면,허물만 있을 뿐 효과는 없
는 일도 있게 마련인데,사치와 방일을 멋대로 한다면 되는 일이
없으리라.’
어리석은 나는 이 말씀을 가슴 깊이 간직하고 드디어는 평생
의 훈계로 삼았습니다.
노스님께서 지난날 주상(主上:왕)으로부터 내관당(內觀堂)에
유숙하도록 예우를 받은 것은 실로 불법의 행운입니다.자비원력
을 게을리하지 마시어 착한 데로 나아갈 길을 밝게 여시고 대중
을 책임진 도가 더욱 넓어지게 하소서.그리하여 후배들이 이제껏
댓잎의 이슬과 함께 복용하였더니 21일이 지나자 담장을 통해서 사람을 볼
수 있었고,또 병자를 보면 오장의 응어리 맺힌 곳이 모두 보여 명의(名醫)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