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1 - 선림고경총서 - 06 - 선림보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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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암 덕광스님 221
여 도를 실천하느라고 부득이해서 주지를 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지극히 가난하여 비바람을 가릴 정도였으며 음식은 거칠
어 주린 배를 채웠을 뿐이었습니다.고생으로 초췌해진 모습은 근
심스럽기 짝이 없을 정도였지만 왕공대인(王公大人)이 한번 만나
보고자 해도 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그러므로 그들이 세
운 총림은 돌무더기 내려앉듯 한 거리낌없는 기세여서 천지를 떠
들썩하게 하였던 것입니다.
후세엔 그렇지 못하여 높은 마루․넓은 집에서 아름다운 옷․
풍성한 음식으로 턱짓만으로도 자기의 뜻대로 되었습니다.
이때 마군의 무리가 비로소 의기양양하게 그 마음을 요동하며
권세 있는 문전에 기웃거리고 꼬리치며 불쌍하게 봐주기를 바랐
습니다.심지어는 교묘하게 훔치고 폭력으로 빼앗기를 마치 대낮
에 남의 황금을 움켜잡듯[正晝攫金]*하였습니다.그리고 다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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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간에 인과법칙이 있다는 사실 따위는 돌아보지도 않았습니다.
묘희스님이 이를 쓴 것이 어찌 박산(博山)*만을 위해서였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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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곳곳에 팽배한 악습을 철저히 들춰내 털끝만큼도 빠뜨리지
않았으니,이는 마치 편작(扁鵲)이 이슬에 약을 복용*하고 환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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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확금(正晝攫金): 열자(列子)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옛날 제(齊)나라에 황금에 눈이 먼 자가 있었다.이른 아침에 의관을 정제
하고 시장으로 갔다.마침 황금을 파는 곳이 있어 그는 황금을 훔쳐 가지고
도망쳤다.금방 주인은 그를 쫓아가 체포하고는 말하였다.“사람이 모두 버젓
이 있는데 그대는 어찌하여 남의 황금을 훔치는가.”그는 대답했다.“황금을
훔친 순간에는 사람은 보이지 않고 유독 황금만 보였기 때문이라오.”
*박산(博山):효주 천복사의 오본(悟本)스님.이전에 박산(博山)에서 살았었다.
대혜스님의 법을 이었으며,남악의 16세 법손이다.
*편작이 상군(幹君)에게서 약방문을 얻어서 이것을 상지수(上池水),즉 나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