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9 - 선림고경총서 - 08 - 임간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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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간록 하 169
99.술상 받고 지은 제문
취리(醉里)에 계(戒)도인이라 하는 미치광이 중 한 사람이 있었
다.마을에 머무르면서 하루도 취하지 않는 날이 없었으나 그가 내
놓는 문장은 남다르게 기이하여 세인들은 성승(聖僧)인지 범승(凡僧)
인지 가늠하지 못하였다.누군가 그에게 술을 내주며 제문을 짓도록
하니,계도인은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문장을 엮어냈다.
영가님이여!
사바세계에 나시어
성내지 않고 질투하지 않으며
술마시기 좋아하여 길거리에 드러누우시라
도솔천에 태어난다면
그때는
바야흐로 술마시지 못하리라.
무엇 때문이냐고?
정토세계에서야
술을 살 곳이 없어서이지!
100. 금강경 의 유위복덕
금강반야경 은 무주(無住)로 종지를 삼는다.무주로 종지를 삼
는다면 경에서 하는 말씀은 마땅히 상(相)을 쓸어버리고 유(有)를 깨
부수어 실오라기만한 티끌도 없어야 할 것인데,경에는 수승한 복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