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5 - 선림고경총서 - 08 - 임간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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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편 임간록 후집
1.석가출산화상찬(釋迦出山畵像讚)
진(秦)․월(越)사람들의 의술은 멀리서 환자를 보고서도 생사를
알고 노번(老潘)은 글씨를 더듬어만 보아도 거칠고 고움을 안다.그
것은 전할 수 없는 오묘함이기에 말로든 침묵으로든 표현할 수 없
다.
그런데 구양 문충공(歐陽文忠公:歐陽修)은 이렇게 말하였다.
“작은 글씨로 쓴 유교경(遺敎經)은 비록 쓴 자의 이름은 알 수
없지만 왕희지(王羲之)가 아니고서는 그처럼 쓸 수 없을 것이다.”
또 내가 전락도(錢樂道)의 집에 있는 석가모니불이 산에서 내려
오는 그림을 보고,비록 화가의 이름은 없지만 오도자(悟道子:唐
代畵家)가 아니고서는 그처럼 그릴 수 없었으리라 생각한 것은 그
필치가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전락도는 인품이 고매하고 간언(諫言)을 잘하며 도덕이 뛰어난
집안의 후예로서 진실한 마음으로 불교를 받든 결과 이 그림을 소
장하게 된 것이며,결코 함부로 얻은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