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8 - 선림고경총서 - 08 - 임간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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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찬을 쓰는 바이다.
옛날 불자 하나 있어서 날카로운 근기로
공성(空性)그대로가 색(色)임을 관하였네
공색(空色)의 부사의한 도리를 드러내고자
하늘 우러러 금강(金剛)구절을 썼도다
이제 비바람 광야를 뒤덮어
나무꾼과 소치는 사람들이 그 아래 모여들어도
육안으로 볼 수 없음을 알았으니
비유하면 물 속에 녹아 있는 짠맛 같았네.
오직 도인 자경의 생각만은 정밀하고 뛰어나
색의 성품이 곧 ‘공’임을 ‘관’하였네
가는 붓대를 큰 서까래로 보고서
큰길을 달리듯 종이 위에 휘두르니
두 치의 두루마리 축에
광대한 말씀이 구비되었네
세인은 볼 수 있어도 읽을 수 없으니
벼랑 위의 벌꿀을 바라보는 어린아이 같구려.
내 이 경에서
초선․중선․후선 세 법문을 깨달아 들어갈 수 있으면
홀연히 붓 놓으니 병의 물이 쏟아지듯
현행(現行)에서 다시는 뒤바뀐 생각이 일어나지 않으리
여기서 색공관(色空觀)으로 여러 경계에 들어가
힘줄과 뼈 사이로 칼을 놀려 소 한 마리 없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