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7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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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권 임제종 107
올리고 물러가는 것이 좋겠소.”
그 후 20년이 지난 뒤 운거스님은 말하였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그 당시 ‘굳이 그럴 것까지야……’라
는 말을 못 했구나.”
그 후 운거스님이 화주(化主)를 보내자 스님이 말하였다.
“스님(운거)이 삼봉에 살 때 내가 그에게 질문 하나를 했는데
대답을 못 하더니만 이제는 대답할 수 있을려는지 모르겠군.”
화주가 전날 말했던 운거스님의 이야기를 전하니 스님이 말하
였다.
“나라면 그렇게 말하진 않았을 것이다.‘그럴 필요 없지[不必]’
라고 했을걸…….”
한 스님이 스님에게 물었다.
“사방팔방에서 닥쳐올 때는 어떻게 합니까?”
“ 가운데를 쳐라.”
그 스님이 절을 올리자 스님은 말을 이었다.
“내 오늘 한 마을에 공양청을 받고 가던 도중 뜻하지 않게 폭
풍우를 만나 옛 사당 안에서 비바람을 피하였다.”
대중에게 말하였다.
“듣자 하니 길다란 행랑에서도 할(喝)을 하고 뒤편 창고에서도
할을 한다 하는구나.여러분은 마구잡이로 할을 하지 말아라.설
령 그대들 할 소리에 이 흥화가 33천(天)으로 날아가 부딪쳐 아무
기운도 없이 되어 내려온다 해도 내가 다시 깨어나게 되면 정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