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6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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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오가정종찬 상


            이 무어라 하려는데 대각스님은 사정없이 때렸다.스님이 다시

            악!하자 대각스님이 또 때렸다.이튿날 스님이 법당 앞을 지나가
            는데 대각스님이 “원주!”하고 불러 세워 물었다.
               “어제 그 자리에서는 그대의 두 번 할(喝)을 의심치 않았는데
            다시 말해 보아라.”

               “ 삼성 사형의 회중에서 빈주구(賓主句)를 얻었지만 사형에게
            구박을 받고 말았으니,나에게 안락법문(安樂法門)을 하나 내려 주

            십시오.”
               “ 이 눈먼 놈이 여기까지 와서 낭패를 당하는구나!누더기를 벗
            어 놓고 뼈아픈 몽둥이맛을 봐야겠구나.”

               스님은 이 말끝에 황벽스님 회중에서 몽둥이를 얻어맞고 깨쳤
            던 임제 스승의 도리를 얻게 되었던 것이다.뒷날 스님이 개당법

            회를 하던 날 향을 뽑아들고 설법하였다.
               “이 한 개를 삼성스님에게 올리자니 삼성스님은 나 때문에 너
            무나 외로워지겠고,대각스님에게 올리자니 대각스님은 나 때문에
            너무나 호사스럽게 되겠다.차라리 은사 임제스님에게 올리는 편

            이 낫겠다.”



               운거 도응(雲居道膺:?~902)스님이 삼봉(三峰)에 살 때 스님이
            운거스님에게 물었다.
               “방편으로 질문 하나를 던져 스님의 경지를 더듬어 본다면 어

            떻겠습니까?”
               대답이 없자 스님이 말하였다.

               “생각건대 스님은 이 물음에 답할 수 없을 것 같으니 절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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