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0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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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 오가정종찬 상


               이 할미는 깊숙한 안방에서 편안하여 물 한 방울도 샐 틈이 없

            으니 마른나무에서 꽃을 피우고 차가운 잿더미 속에서 불씨를 뒤
            적인다.한편 이 스님은 홀로 큰 파도 속으로 들어가는 일에 익숙
            하여 힘들이지 않고 하늘에 치닫는 물결에 눌러앉지만 몸에는 물
            한 방울 묻지 않는다.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목칼을 두드리고

            족쇄를 치며 노래하는 경계야 없지 않겠지만 이것으론 불법은 꿈
            에도 보지 못한 것이다.

               이 오거사(烏巨寺)함걸이 이렇게 제창하는 뜻이 결국 어디에
            있겠는가?”
               한참 동안 잠자코 있다가 말을 이었다.

               “한 줌의 버들가지 거두지 못해 연기와 뒤섞여서 옥 난간에 실
            려 있네.”



               스님은 송원 숭악(松源崇岳:1132~1202)스님과 파암 조선(破
            庵祖先:1136~1211)스님을 지도하였고 세상에 나가 오거사(烏巨
            寺)에 주지하였으며 천동사(天童寺)에서 입적하셨다.



               찬하노라.



                 탱자 숲에 비단 여지 돋아나고
                 용나무에 전단향 생겨나니.
                 꿈속에 여산스님 나타났을 때

                 어떤 모습이었을까
                 독충 지난 마을 물에 적셔졌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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