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5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P. 235
제2권 임제종 235
한참 잠자코 있다가 말을 이었다.
“한광(韓光:後漢의 군사전문가로 무기를 잘 만들었음)이 만든
기관(機關:무기에서 방아쇠의 역할을 하는 물건)이 아니라면 가
슴을 쓸모 없는 것으로 만들지 말아라.”
동짓날 상당하여 말하였다.
“25일 전으로는 모든 음(陰)이 움츠러드니 진흙 속에 묻혀 있
는 용이 문을 닫으며,25일 뒤로는 하나의 양(陽)이 다시 회복되
어 쇠로 된 나무에 꽃이 핀다.바로 25일이 되면 티끌 세속에서는
술 취한 길손이 당나귀 타고 말 타고 앞거리 뒷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축하들 하는구나.
그러나 세간 밖에 한가한 사람은 누더기 옷으로 머리를 감싼
채 화롯가에 둘러앉아 참선을 하노라니,바람소리 쓸쓸하고 빗줄
기 우두둑 떨어져 찬 기운 으스스한데 그대가 장선생인지 이도사
인지 오랑캐달마인지 누가 상관하겠는가.”
목암 안영(木庵安永:?~1173)스님이 찾아왔을 때 스님은 외도
가 부처님에게 묻기를 ‘말씀이 있음도 묻지 않고 말 없음도 묻지
않겠거니와……’라고 한 인연을 들려주고서 말하였다.
“‘부처님이 한참을 잠자코 계셨다’는 데에서 깨치려고 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는 바로 악!하고 고함치니 목암스님은 절을 올리고 말
하였다.
“오늘 일이 아니었더라면 눈앞에 나타난 기연을 어찌했겠습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