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7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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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권 임제종 237


                 장님이 땅을 더듬듯
                 마혜수라 정수리의 외눈을 멀게 하고
                 삿된 귀신 몸에 붙어
                 팔꿈치의 명부로도 목숨 뺏기 어려워라.

                 수미산이 강에서 솟으니 사나운 병사 화살을 쏘아대고
                 뜻과 말을 잘라내 헛된 이름 얻었네
                 진흙 속에 묻힌 용은 문을 닫고 쇠나무에는 꽃이 핀다고
                 음양을 셈해 보았으나 원래 이는 일정치 못한 일.

                 장원급제의 징표 빼앗겠다고
                 낭탕(먹으면 발광하는 풀)먹은 안분선사에게서 꽃 수 바늘 주
               워 모으고
                 눈앞의 기연을 모두 잃은 채
                 목암스님 이끌고서 천리마에게 채찍 그림자를 엿보게 했네.

                 누더기 머리에 덮어쓰고 마냥 앉아 참선하니
                 온 법계 찾아보아도 자취가 없는데
                 오랑캐달마고 이도사고 장선생이고 전혀 생각지 않으니
                 나를 간섭할 이 아무도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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