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6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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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6 오가정종찬 상


            까?”

               스님이 그를 인가하였다.


               분 암주(分庵主:劍門安分)를 보내면서 게송을 지었다.



                 강언덕 세찬 바람에 파도꽃이 피는데
                 남북에서 서로 만나 눈썹 펴지 못했지만
                 안분스님 유독히 빼어난 수단 있어
                 힘들이지 않고 장원급제 차지하고 돌아가네.
                 江頭風急浪花飛 南北相逢不展眉
                 獨有分禪英俊手 等閑奪得錦標歸


               찬하노라.



                 쇠벼루가 닳아 뚫어지도록 공부했건만
                 마음은 더욱더 황망하였네.
                 문장 두목지(杜牧之)여!오랫동안 삿된 도를 따르다가

                 유교경을 한 번 보고 바른길로 들어섰네.
                 봄바람 한 번 불면 복사꽃 살구꽃 핀다 하니
                 분부 이미 시행하였고

                 아침해가 세 발이나 솟도록 베개에 누워
                 흔들어도 깨어나지 않는구려.
                 안에서 내놓지도 않고 밖에서 들여보내지도 않을 때
                 양서암(洋嶼庵)에서 죽비 맛을 보았고
                 몸을 맡길 곳 없고 마음엔 걸리는 생각 없어
                 험준한 꼭대기에 암자 지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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