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3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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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알 수 없거든 북을 쳐서 운력이나 하거라.”



               현사스님이 하루는 스님에게 말하였다.
               “저도 이젠 대용(大用)을 놀릴 수 있는데 스님께서는 어떻습니
            까?”

               스님은 나무 공 세 개를 동시에 굴려 보내니 현사스님은 도끼
            로 현비(懸碑:절에 걸어 두는 게시판)를 쪼개는 시늉을 하였다.

               스님께서 말하였다.
               “그대가 몸소 영산회상에 있어야만이 그렇게 될 수 있다.”
               “ 그래도 역시 자기 일입니다.”



               민(閩)땅 장수[帥]가 은으로 만든 교자상을 시주하니 한 스님

            이 물었다.
               “스님께서는 대왕의 굉장한 공양을 받았으니 무엇으로 보답하
            시렵니까?”
               스님은 양 손바닥으로 땅을 짚으면서 말하였다.

               “나를 살살 때려 다오.”



               스님은 상골암(象骨巖)에서 학인을 가르쳤는데 뒷날 송산(松山)
            에 절을 지어 대중을 안주시키려 하였다.그리하여 그곳 암자터를
            빌려달라 하였지만 비구니는 허락하지 않았다.이 일로 그 비구니

            와 함께 좌선을 하면서 7일 안에 정(定)에서 나오는 사람이 옮기
            는 것으로 약속하고 입정(入定)하였는데,비구니가 엿새 되던 날

            눈을 뜨자 스님은 마침내 그 터를 빼앗아 절을 지었다.그리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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