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1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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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다음 동산스님이 개울을 지나다가 깨치고 지은 오도송을

            듣고서 느낀 바 있었습니다.”
               “ 그렇게 한다면 자기 자신도 구제할 수 없다네.”
               “ 제가 덕산스님께 ‘예로부터 내려온 종승(宗乘)의 일에 저도 자
            격이 있겠습니까’라고 물었더니 덕산스님은 몽둥이로 한 차례 친

            후 ‘뭐라고?!’하였는데,저는 그 말에 마치 물통 밑바닥이 빠진
            듯하였습니다.”

               그러자 암두스님은 무섭게 악!하고 고함친 뒤 말하였다.
               “옛사람의 말을 듣지도 못하였는가.‘문으로 들어오는 것은 우
            리 가문의 보배가 아니다’하신 말씀을.”

               “ 어찌하면 되겠습니까?”
               “ 뒷날 큰 가르침을 널리 펼치려 한다면 반드시 하나하나 자기

            가슴속에서 흘러나오도록 해야 한다.그럴 때 나와 함께 하늘과
            온 누리를 뒤덮을 수 있을 것이오.”
               스님은 이 말에 크게 깨치고 연이어 큰소리로 외쳤다.
               “사형!오늘에야 비로소 이 오산에서 도를 이루었습니다.”



               스님이 여러 곳을 돌아다닐 때 오석 영관(烏石靈觀)스님을 찾

            아뵈었는데 문을 두드리자마자 말하였다.
               “누구시오?”
               “ 봉황이오.”

               “ 무슨 일로 왔는가?”
               “ 늙은 영관을 잡아먹으러 왔소.”

               영관스님이 문을 열고 나와 스님을 움켜잡고 “말해라,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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