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4 - 선림고경총서 - 09 - 오가정종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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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오가정종찬 상


            절 방앗간에 패를 달았다.

               “산 앞에 하루종일 이리와 범이 없고 방아 밑엔 일년 내내 참
            새 자취 끊어지라.”
               그 후 지금까지도 범이나 참새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한다.



               찬하노라.


                 얻을 땐 고생고생 하더니만
                 쓸 때는 별수 없구려.

                 비원령 들어갈 제 그 한 사람 몰랐었고
                 독 끓는 마을에 태어나니 작은 허물조차 없게 하리.

                 달궈진 벽돌이 바닥까지 얼어붙었으니
                 덕산스님 깨우침 받음에 많은 말씀 빌리지 않고
                 빨간 눈 거북이는 타오르는 나무더미에도 부딪치니
                 암두스님과 동행할 때 오로지 하나만을 썼다네.

                 오산의 객점에서 도를 이루고
                 한밤중에 미쳐서 날뛰었으며
                 상골암 아래 발길 멈춰
                 온몸을 내동댕이쳤네.

                 둥근 나무 공 굴려 보내니
                 현사는 재빨리 패를 만들고
                 별비사 꿈틀거리며 달려오니
                 운문스님 허둥대며 풀을 헤치네.

                 문 열자 잠깐 머뭇거리는 새에
                 영관 노스님에게 멱살 잡히니 봉황이 아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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