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0 - 선림고경총서 - 10 - 오가정종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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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오가정종찬 하

                 진진찰찰 모두가 불사요
                 곳곳마다 가풍이로다
                 새하얀 옥은 진흙 속에서 빛나고
                 정선된 금은 불꽃 속에 있으니

                 무간지옥 가는 길에 느긋하게 노닐고
                 부류를 따라 떠돌며 바람에 나부끼도다.
                 妙盡復窮通 還歸六道中
                 塵盡皆佛事 處處是家風
                 皓玉泥中異 精金火裏逢
                 優游無間路 隨類且漂蓬


               찬하노라.



                 전광석화 치는 곳에
                 천둥소리 한결같이 고요하도다.
                 약야계(若耶溪)모래 속의 황금이요
                 저라산(苧羅山)가시덤불 가운데 포도나무라.

                 진헐스님이 머리에 꽃을 꽂고 노파를 단장한다는 말로 꼬집었
               는데

                 부끄러운 줄은 알았을까
                 굉지스님이 어린아이 주듯 꼭꼭 씹어 먹였는데
                 감히 스스로 깨쳤다 말할 수 있을까.
                 밝고 어둠의 길을 밟아 뒤집으니
                 눈동자 닿는 곳 어디나 가시덤불이요
                 보이지 않는 근원까지 잘라 끊으니
                 발꿈치 아래는 하늘에 닿는 가시나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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