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3 - 선림고경총서 - 10 - 오가정종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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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권 운문종 103



               3.동산 수초(洞山守初)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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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님은 운문스님의 법제자이며,법명은 수초(守初)로 봉상 부씨

            (鳳翔傅氏)자손이다.
               처음 운문스님을 찾아뵙자 운문스님이 물었다.
               “요사이 어디 있다 왔느냐?”
               “ 사도(査渡)에서 왔습니다.”

               “ 여름 안거는 어디에서 했는가?”
               “ 호남 보자사(報慈寺)에서 지냈습니다.”

               “ 언제 그곳을 떠났는가?”
               “ 8월 25일에 떠났습니다.”
               “ 너에게 뼈아픈 몽둥이 석 대[三頓棒]를 때려야겠구나.”

               그 이튿날 스님은 방장실로 올라가 물었다.
               “어제 스님께서 저에게 몽둥이 석 대를 때리겠다 하셨는데 저

            의 허물이 어디에 있었습니까?”
               “ 이 밥통아!강서 호남에서 그러고 다녔느냐!”
               이에 스님은 크게 깨치고 말하였다.
               “저는 뒷날 인적 없는 곳에다 암자를 짓고 쌀 한 톨 쌓아 두지

            않고 풀 한 포기 심지 않겠습니다.시방에 오가는 납자들을 맞이
            하면서 그들의 마음에 박혀 있는 못과 말뚝을 뽑아 주고 냄새나

            는 저고리와 찌든 모자를 벗겨 주겠습니다.그리하여 그들을 말끔
            한 경지에서 아무것도 하릴없는 납승으로 만들어 놓는다면 통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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