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2 - 선림고경총서 - 10 - 오가정종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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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오가정종찬 하

                 봉황이 나래 치며 솟아올랐네.

                 종이 옷에 남의 법문을 베껴 쓰니
                 고기 눈알을 구슬로 착각하였고
                 사기 그릇에 차를 끓여 손님을 접대하니
                 제호가 독약으로 변했구나.

                 수정궁 차가운 향기 서리서리 피어오르니
                 둥근 자리를 깔고 밝은 달 맑은 바람에 잔치를 벌이고
                 인면산 높이 솟아 푸른 병풍 둘러치니
                 가느다란 지팡이 끌고 원숭이 학을 벗삼는 도인을 찾아가네.

                 거북을 자라로 만드니
                 방안의 등잔불이 빛을 사그라뜨리고
                 섣달에 산을 태우니
                 납승 누더기 속의 일을 들춰내기 어렵구나.

                 40 년을 두들겨 한 조각을 이루니
                 밝은 것은 환하고 어두운 것은 침침하며
                 여든의 나이로 여러 곳을 행각하니
                 활기차고 우뚝하구나.

                 고(顧)감(鑑)이(咦)일자관을 탐구케 하려고
                 법원스님 발바닥을 닳게 하였고
                 쇠락하는 가풍을 일으키고자
                 광문 지조(光門智祚)스님 괴로움을 맛보게 했네.

                 향림의 한 줄기 수맥이 끊어질 때 많으니
                 지방 따라 말로 되고 저울로 달려거든
                 스스로 좋을 대로 달아보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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