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6 - 선림고경총서 - 11 - 마조록.백장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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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마조록․백장록


            큰 바다로 모여들면 모두 바닷물이라 이름하는 것과도 같다.한
            맛[一味]에 여러 맛이 녹아 있고 큰 바다에 모든 물줄기가 섞여

            드니,마치 큰 바다에서 목욕을 하면 모든 물을 다 쓰는 것과도
            같다.
               그러므로 성문은 깨달았다 미혹해지고 범부는 미혹에서 깨닫

            는다.성문은 성인의 마음에는 본래 수행지위․인과․계급 등 헤
            아리는 망상이 없음을 모른다.그리하여 인(因)을 닦아 과(果)를

            얻고,8만 겁(八萬劫)․2만 겁(二萬劫)동안을 공정(公定)에 안주하
            니,비록 깨닫긴 했으나 깨닫고 나서는 다시 미혹한 것이다.또한
            모든 보살은 저 지옥 고통을 보면 공적(空寂)함에 빠져 불성을 보

            지 못한다.상근기 중생이라면 홀연히 선지식의 가르침을 만나
            말끝에 깨닫고 다시는 계급과 지위를 거치지 않고서 본성을 단박

            에 깨닫는다.그러므로 경에서 ‘범부에게는 엎치락뒤치락하는 마
            음이 있지만 성문에게는 그것이 없다’하였던 것이다.이렇게 미
            혹에 상대하여 깨달음을 설명하였지만 본래 미혹이 없으므로 깨

            달음도 성립되지 않는다.
               일체 중생들은 무량겁 이래로 법성삼매(法性三昧)를 벗어나지
            않고 영원히 그 가운데 있다.그러므로 옷 입고 밥 먹으며 말하

            고 대꾸하는 6근(六根)의 작용과 모든 행위가 모조리 법성이다.
            그러나 근원으로 돌아갈 줄 모르고서 명상(名相)을 좇으므로 미혹

            한 생각[情]이 허망하게 일어나 갖가지 업(業)을 지으니,가령 한
            생각 돌이켜본다면[返照]그대로가 성인의 마음이다.
               여러분은 각자 자기 마음을 깨치면 될 뿐 내 말을 기억하지

            말라.설사 항하사만큼의 도리를 잘 설명한다 해도 그 마음은 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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