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8 - 선림고경총서 - 11 - 마조록.백장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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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마조록․백장록


               “그대가 그렇게 되었다면 잘 간직하게.”
               그 뒤 3년 동안 시봉을 하였는데 하루는 스님께서 물으셨다.

               “그대는 요사이 견처(見處)가 어떠한가?”
               “ 껍데기는 다 벗겨지고 알맹이 하나만 남았을 뿐입니다.”
               “ 그대의 경지는 마음[心體]이 순조로워 사지(四肢)까지 편안하

            다 하겠다.그렇게 되었을진대 어째서 세 가닥 대테[篾]*로 아랫
                                                                 1 )
            배를 조르고 아무 데나 가서 주지살이를 하지 않는가?”

               “ 제가 무어라고 감히 주지노릇한다 하겠습니까?”
               “ 그렇지 않다네.항상 다니기만 하고 머무르지 말라는 법은 없
            고,항상 안주하기만 하고 다니지 말라는 법도 없다네.이익되게

            하고 싶어도 이익될 것이 없고,하려고 하나 할 것도 없다네.배
            [船]를 타고 다녀야지.이 산에 오래 머무르지 말게.”

               이리하여 약산스님은 스님을 하직하였다.


               27.

               단하 천연(丹霞天然:739~824)스님이 두 번째 스님을 참례하

            러 왔을 때였다.아직 참례하기도 전에 바로 큰방에 들어가 나한
            상의 목을 말타듯 타고 앉았다.그러자 대중들이 경악하여 급히
            스님께 아뢰었다.스님께서 몸소 큰방으로 들어가 그를 살펴보더

            니 말씀하셨다.
               “천진한[天然]내 아들이로군.”




            *중국의 한 은사는 아는 것이 너무 많아서 뱃속이 터질까 걱정하여 대나무 테
              로 배를 싸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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