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 - 선림고경총서 - 13 - 위앙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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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위앙록
“불이 없습니다.”
백장스님은 몸소 일어나 깊이 헤쳐 조그마한 불씨를 찾아서
보여주며 말씀하셨다.
“너는 이것이 없다고 말했지.”
스님은 여기서 깨닫고 절을 한 뒤에 자기의 견해를 말씀드리
니 백장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이는 잠시 나타난 갈림길일 뿐이다.경에 말씀하시기를 ‘불
성을 보고자 하면 시절인연을 관찰하라’고 하셨다.때가 되면
미혹했다가 홀연히 깨달은 것 같고 잊었던 것을 홀연히 기억해
낸 듯하다.그러나 그것은 본래 자기 것이었지 남에게서 얻은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되리라.그러므로 조사께서 말씀하시기를
‘깨닫고 나면 깨닫기 전과 같고,마음이 없으면 법도 없어진다’
고 하셨다.이것은 다만 허망하게 범부니 성인이니 하는 따위의
생각이 없어져 본래의 마음과 법이 완전하다는 것이다.그대가
이제 그렇게 되었으니 잘 간직하라.”
다음날 백장스님과 함께 산에 들어가 일을 하게 되었는데,
백장스님이 스님에게 말씀하셨다.
“불을 가져올 수 있느냐?”
“ 가져올 수 있습니다.”
“ 어느 곳에 있느냐?”
그러자 스님은 장작개비 하나를 집어들고 입으로 두 번 훅훅
불어서 백장스님께 건네주었다.
“벌레 쫓는 막대기로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