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 - 선림고경총서 - 13 - 위앙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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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산록/四家語錄 23
백장스님은 수긍치 않으시고 다시 스님에게 물었다.그러자
스님은 물병을 발로 차서 거꾸러뜨리고는 바로 나가 버렸다.백
장스님은 웃으면서 말씀하셨다.
“제1좌인 화림이 도리어 영우에게 졌구나!”
백장스님은 드디어 스님을 위산으로 보냈다.이 산은 원래
험준하여 인적이 전혀 없으므로 스님은 원숭이떼를 벗삼고 도토
리와 밤을 주워 먹으며 살았다.5,6년을 지냈는데도 찾아오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 스님은 속으로 생각해 보았다.
“내가 본래 주지를 한 목적은 중생들을 제도하려는 것이었는
데,사람이 오고가질 않으니 나 자신에겐 좋지만 무엇을 구제하
랴.”
그리하여 암자를 떠나 다른 곳으로 가려고 하였다.스님이
산 입구에 이르자 뱀․호랑이․이리․표범이 이리저리 얽혀 길
을 가로막고 있었다.이것을 보고 스님이 말하였다.
“너희들은 나의 길을 막지 말아라.내가 이 산에 인연이 있
다면 너희들은 각자 흩어지고,만약 인연이 없다면 움직이지 말
고 내가 여기를 떠나거든 너희들 마음대로 잡아먹도록 하라.”
말을 마치자 짐승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니 스님은 다시 암자
로 되돌아왔다.그리고 나서 채 일 년도 못 되어 나안(懶安)상좌
가 몇몇 스님들과 함께 백장스님이 계시는 곳에서 이곳으로 와
스님을 도왔다.나안스님은 말하였다.
“제가 스님 회하에서 전좌 소임을 맡겠습니다.그러다가 대
중이 500명쯤 되면 소임을 그만두겠습니다.”
이로부터 산 아래에 사는 사람들이 점차 알게 되어,여럿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