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8 - 선림고경총서 - 13 - 위앙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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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위앙록


            로는 다투지 않는 덕을 키워서 티끌 같은 세상에서 아득히 벗어
            나기를 기약해야 한다.그런데 계를 받자마자 “나는 비구(比丘)

            로다”하며 신도들이 시주한 상주물(常住物)을 먹고 쓰면서도
            그것이 어디서 왔는가를 생각할 줄 모른다.그리고는 으레 “공
            양을 받을 만하다”고 하면서 먹고 나서는 머리를 맞대고 세상잡

            사만을 시끄럽게 떠드니,이것이야말로 그저 한때의 즐거움만을
            찾는 것일 뿐,그 즐거움이 결국에는 괴로움의 원인이 되는 줄

            을 모르는 것이다.
               헤아릴 수 없는 세월 속에서 6진(六塵)에 휘둘려 한번도 돌이
            켜보지 못하는구나.세월이 갈수록 받아 쓰는 것이 늘어나 시주

            의 은혜가 두터워지며 움찔했다 하면 해가 지나는데 버릴 생각
            은 하지 않고 더욱 모아 허망한 육신만 붙드는구나.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도를 닦고 몸을 단속하는 데에는
            옷과 밥과 수면,이 세 가지를 넉넉하게 하지 말라”고 경계하며
            법도를 지어 주셨다.그런데도 사람들은 그것을 쉬지 않고 탐내

            느라 세월을 보내 어느덧 흰머리가 된다.방향을 잡지 못한 후
            학이라면 반드시 선지식에게 널리 물어야 하는데도 “출가한 이
            는 옷과 밥을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만 생각한다.부처님께서

            는 먼저 계율을 정하여 발심한 이를 인도해 주시고 몽매함을 열
            어 주셨는데 그 법도가 빙설처럼 청정하다.우선 선을 실천하고

            악을 예방하는 것으로 발심을 단속케 하시며,나아가 자세한 조
            목으로 모든 폐단을 개혁하시어 계율 도량을 이루셨다.그런데
            도 학인들은 전혀 공부할 생각을 하지 않으니 궁극적인 이치로

            가는 최상 법문[了義上乘]을 어떻게 알 수 있으랴.애석하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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