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0 - 선림고경총서 - 13 - 위앙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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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길이 아득하다.이러고 나서야 허물을 후회하나 마치 당장 목
            이 타는데 우물을 파는 격이니 어찌하겠는가!일찌감치 수행하

            지 않고 나이 들어 여러 가지로 허물이 많음을 스스로 한스러워
            하다가 죽는 마당에 가서는 손을 허우적거리며 두려움에 떤다.
               그 다음에는 막아 놓았던 비단 뚜껑을 뚫고 병 안의 새가 날

            아가듯,식심(識心)이 업(業)을 따라가는데,마치 여러 사람에게
            빚진 사람이 힘센 빚쟁이에게 먼저 끌려가는 것과 같아서,마음

            도 여러 갈래지만 업이 무거운 쪽으로 떨어진다.
               죽음을 재촉하는 귀신이 생각생각에 정지하지 않으니,수명
            은 더 이상 연장하지 못하며 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아서 인천

            (人天)의 3계에 태어남을 면하지 못한다.이렇게 받아온 몸은 얼
            마나 오래 되었는지 겁수(劫數)를 따져 볼 수도 없다.회한과 탄

            식으로 가슴이 저려 오니 어찌 입을 봉하고 경책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다만 한스러운 것은 상법(像法),말법(末法)시대에 태어나 부

            처님 세월이 아득하다는 점이다.불법은 생소하고 사람들은 게
            으름을 많이 피우므로 간략히나마 좁은 소견을 펴서 뒷사람들을
            일깨우려 하니,만일 뽐내는 마음을 버리지 않는다면 생사윤회

            에서 도망하기 어려울 것이다.
               출가한 사람이라면 발을 들어 세속을 뛰어넘어 몸과 마음을

            그들과 달리해야 한다.부처의 종자를 이어 융성하게 하고 마군
            의 항복을 받아서 4은(四恩:부모․스승․국가․시주의 은혜)에
            보답하고 3계 중생을 제도해야 하니,만약 그렇지 못하면 외람되

            게 사문의 대열에 끼여들었을 뿐이다.그리하여 언행이 거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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