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1 - 선림고경총서 - 13 - 위앙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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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산경책 81
신도의 시주물만 헛되게 받으며 옛사람들의 삶과는 조금도 닮아
가지 않고 정신없이 일생을 보내니 장차 무엇을 의지하겠는가.
그러나 이제는 당당한 사문의 모습이 봐줄 만하니,지난 세
상에 선근(善根)을 심어 이렇게 남다른 과보를 받은 것인데,여
기서 그저 팔짱을 끼고서 시간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부지런
히 닦지 않으면 과보를 성취해 낼 원인이 없으니 어찌 일생을
부질없이 지내랴.이렇게 하면 내생의 업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어버이를 하직하고 결연한 마음으로 먹물 옷을 입은 것은 무
엇을 뛰어넘으려 했던 것인가.아침저녁으로 생각하면 어찌 마
음 편하게 세월을 보내랴.마음속으로 불법의 대들보가 될 것을
다짐하여 뒷날 본보기가 되게 하라.설사 항상 이와 같이 한다
해도 조금밖에 상응하지 못한다.
말을 꺼냈다 하면 반드시 경전에 들어맞고,이야기를 주고받
을 때도 옛것을 상고해야 하며,우뚝한 몸가짐과 고고한 기상을
가져야 한다.
먼길을 갈 적에는 좋은 도반과 동행하여 자주자주 눈과 귀를
맑게 하고,머무를 때에도 반드시 도반을 가려 때때로 아직 듣
지 못한 것을 들어야 한다.그러므로 속서(俗書)에도 이르기를
“나를 낳아 준 사람은 부모이고 나를 완성시켜 준 사람은 벗이
다”라고 하였던 것이다.착한 사람을 가까이하는 사람은 마치
안개와 이슬 속을 가는 것 같아서,비록 당장에 옷이 젖지는 않
아도 점점 촉촉하게 적셔진다.한편 악한 사람과 친하게 지내는
사람은 나쁜 지견(知見)을 길러서 아침저녁으로 악한 짓을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