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9 - 선림고경총서 - 13 - 위앙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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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산경책 79
생을 부질없이 지내면 후회한들 돌이킬 수 없다.
교리에는 원래 뜻을 두지 않았으므로 현묘한 도를 깨달을 씨
앗이 없다.그러고도 나이 먹고 법랍이 많아지면 속은 빈 채 아
만을 부리며 어진 벗과 친하려 하지 않고 오직 거만할 줄만 알
뿐이다.법도와 계율을 몰라 전혀 조심성이 없어서,말끝마다 점
잖치 못하게 큰소리치며 위아래 사람을 공경하지 않으니,바라
문(婆羅門)의 떼거리와 다를 바가 없다.
공양을 할 때는 바리때 소리를 시끄럽게 내다가,공양을 마
치고 나서는 먼저 일어나 거슬리고 괴팍스럽게 행동하니 사문의
체통이라곤 전혀 없다.불쑥불쑥 섰다 앉았다 하여 남들을 놀라
게 하니 자그마한 법도와 소소한 몸가짐도 되어 있지 않은데 무
엇을 가지고 단속하겠는가.그래 가지고는 새로 배우는 후배들
이 본받을 것이 전혀 없다.
그러다가 남을 훈계하게 되면 ‘나는 산승이로다’하나 불교
적인 수행은 들어본 적도 없고 오직 티끌 같은 경계에만 생각을
둔다.이 같은 소견은 모두 발심부터가 졸렬하고 게을러 도철
(욕심이 많아서 자신을 망치는 짐승)처럼 세속에서 세월을 그럭
저럭 보내다가 드디어는 황폐해진 것이니,어느 결에 걷지 못할
정도로 늙게 되면 하는 일마다 담장을 마주한 듯 캄캄하다.후
학이 물어도 지도할 말이 없고,설사 있다 해도 경전의 말씀과
는 관계없는 말이다.혹 업신여기는 말을 듣기라도 하면 즉시
예의가 없다고 화를 내면서 꾸짖는다.
그러다가 하루아침에 병상에 눕게 되어 뭇 고통이 조여 오면
아침저녁으로 생각해 보아도 속으로 두려워서 어디로 가야 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