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6 - 선림고경총서 - 14 - 조동록
P. 106
106 조동록
지냅니까?”
“ 나는 운암스님의 도와 덕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아니며,그
렇다고 불법을 소중히 여기는 것도 아니다.다만 스님이 나에게
설파(說破)해 주지 않은 것을 귀중히 여길 뿐이다.”
“ 무엇이 비로자나불의 스승이며 법신(法身)의 주인입니까?”
“ 벼 줄기,조[粟]줄기다.”
스님이 백안(百顔)스님에게 갔을 때 백안스님이 물었다.
“요즘 어디서 떠나 왔는가?”
“ 호남(湖南)에서 떠났습니다.”
“ 관찰사(觀察使)의 성이 무엇이던가?”
“ 그의 성을 알지 못합니다.”
“ 이름은 무엇이던가?”
“ 이름도 알지 못합니다.”
“ 밖에 나온 적이 있는가?”
“ 나와 본 적이 없습니다.”
“ 일을 마땅하게 처리하던가?”
“ 낭막(郎幕)이 따로 있습니다.”
“ 비록 나오지는 않았으나 일은 바로 처리하는구나.”
스님이 소매를 떨치고 나와 버렸다.백안스님은 하룻밤이 지
나서야 아직 선당에 들어오지 않았음을 자각하고 물었다.
“어제 그 두 스님[頭陀]은 어디로 갔는가?”
스님이 대답했다.
“저올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