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 - 선림고경총서 - 14 - 조동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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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조동록


            었다.
               “내일 마조스님의 재를 지내는데 스님이 오실는지 모르겠구

            나.”
               대중이 모두 대꾸가 없자 스님이 나서서 대꾸하였다.
               “도반이 있으면 오실 것입니다.”

               “ 이 사람이 후배이긴 하지만 꽤 가르쳐 볼 만하군.”
               “ 스님께서는 양민을 짓눌러 천민으로 만들지 마십시오.”

               다음으로는 위산(潙山:771~853)스님을 참례하고 물었다.
               “지난번 소문을 들으니 남양 혜충국사(南陽慧忠國師:?~
            775)께선 무정(無情)도 설법을 한다는 말씀을 하셨다더군요.저

            는 그 깊은 뜻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위산스님이 말하였다.

               “그대는 그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는가?”
               “ 기억합니다.”
               “ 그럼 우선 한 가지만 이야기해 보게.”

               그리하여 스님은 이야기를 소개하게 되었다.
               “어떤 스님이 묻기를,‘무엇이 옛 부처의 마음입니까?’라고
            하였더니 국사가 대답하였습니다.

               ‘담벼락과 기와 부스러기다.’
               ‘ 담벼락과 기와 부스러기는 무정(無情)이지 않습니까?’

               ‘ 그렇지.’
               ‘ 그런데도 설법을 할 줄 안다는 말입니까?’
               ‘ 활활 타는 불꽃처럼 쉴 틈 없이 설법한다.’

               ‘ 그렇다면 저는 어째서 듣지를 못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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