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 - 선림고경총서 - 14 - 조동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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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조동록
“알겠느냐?”
“ 모르겠습니다.스님께서 설명해 주십시오.”
“ 부모가 낳아 주신 이 입으로는 끝내 그대를 위해 설명하지
못한다.”
“ 스님과 함께 도를 흠모하던 분이 있습니까?”
“ 여기서 풍릉(灃陵)유현(攸縣)으로 가면 석실(石室)이 죽 이
어져 있는데 운암도인(雲岩道人)이란 분이 있다.풀섶을 헤치고
바람을 바라볼 수 있다면 반드시 그대에게 소중한 분이 될 걸
세.”
“ 어떤 분이신지 좀 가르쳐 주십시오.”
“ 그가 한번은 내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제가 스님을 받들고 싶을 땐 어찌해야 합니까?’하기에 이렇
게 대꾸하였네.
‘당장에라도 번뇌[滲漏]를 끊기만 하면 되지.’
‘ 그래도 스님의 종지에 어긋나지 않을는지요?’
‘ 무엇보다도 내가 여기 있다고 말하지 말라.’”
스님은 드디어 위산스님을 하직하고 곧장 운암스님에게 가서
앞의 이야기를 다 하고서 바로 물었다.
“무정(無情)의 설법을 어떤 사람이 듣는지요?”
“ 무정이 듣지.”
“ 스님께서도 듣는지요?”
“ 내가 듣는다면 그대가 나의 설법을 듣지 못한다.”
“ 저는 무엇 때문에 듣질 못합니까?”
운암스님이 불자를 일으켜 세우더니 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