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 - 선림고경총서 - 14 - 조동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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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록/五家語錄 21
“듣느냐?”
“ 듣지 못합니다.”
“ 내가 하는 설법도 듣질 못하는데 하물며 무정의 설법을 어
찌 듣겠느냐.”
“ 무정의 설법은 어느 경전의 가르침에 해당하는지요?”
“ 보지도 못하였는가. 아미타경(阿彌陀經) 에서,‘물과 새와
나무숲이 모두 부처님을 생각하고 법을 생각한다’라고 했던 말
을.”
스님은 여기서 깨친 바 있어 게송을 지었다.
정말 신통하구나 정말 신통해
무정의 설법은 불가사의하다네.
귀로 들으면 끝내 알기 어렵고
눈으로 들어야만 알 수 있으니.
也大奇也大奇 無情說法不思議
若將耳聽終難會 眼處聞聲方得知
스님이 운암스님에게 물었다.
“저는 남은 습기(習氣)가 아직 다하지 못하였습니다.”
“ 그대는 이제껏 무얼 해왔느냐?”
“ 불법[聖諦]이라 해도 닦질 않았습니다.”
“ 그래도 기쁨을 맛보았느냐?”
“ 기쁨이 없지는 않습니다.마치 쓰레기더미에서 한 알의 명
주(明珠)를 얻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