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 - 선림고경총서 - 14 - 조동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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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록/五家語錄 19


               ‘그대 스스로 듣지 못할 뿐이니 그것을 듣는 자들에게 방해
            되어서는 안 된다.’

               ‘ 어떤 사람이 듣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 모든 성인들이 듣는다.’
               ‘ 스님께서도 듣는지요.’

               ‘ 나는 듣지 못하지.’
               ‘ 스님께서도 듣질 못하였는데 어떻게 무정이 설법할 줄 안다

            고 하시는지요.’
               ‘ 내가 듣지 못해서이지.내가 듣는다면 모든 성인과 같아져서
            그대가 나의 설법을 듣지 못한다.’

               ‘ 그렇다면 중생에게는 들을 자격이 없겠군요.’
               ‘ 나는 중생을 위해서 설법을 하지 성인을 위해서 설법하진

            않는다.’
               ‘ 중생들이 들은 뒤엔 어떻게 됩니까?’
               ‘ 그렇다면 중생이 아니지.’

               ‘ 무정이 설법한다고 하셨는데 어떤 경전에 근거하셨는지요?’
               ‘ 분명하지.경전에 근거하지 않은 말은 수행자가 논할 바가
            아니다.보지도 못하였는가. 화엄경 에서 <세계가 말을 하고

            중생이 말을 하며 삼세 일체가 설법한다>고 했던 것을.’”
               스님이 이야기를 끝내자 위산스님은 말하였다.

               “여기 내게도 있긴 하네만,그런 사람을 만나기가 힘들 뿐이
            다.”
               “ 저는 알지 못하겠사오니 스님께서 가르쳐 주십시오.”

               위산스님이 불자를 일으켜 세우면서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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