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 - 선림고경총서 - 14 - 조동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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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록/五家語錄 23
“조만간에 되돌아오게.”
“ 스님의 안주처가 있게 되면 오겠습니다.”
“ 여기서 일단 헤어지고 나면 만나기 어려울 걸세.”
“ 만나지 않기가 어려울 겁니다.”
떠나는 차에 다시 물었다.
“돌아가신 뒤에 홀연히 어떤 사람이 스님의 참모습을 찾는다
면 어떻게 대꾸할까요?”
운암스님은 한참 말없이 있다가 입을 열었다.
“그저 이것뿐이라네.”
스님이 잠자코 있자 운암스님이 말하였다.
“양개화상!이 깨치는 일은 정말로 자세하게 살펴야 한다.”
스님은 그때까지도 의심을 하다가 그 뒤 물을 건너면서 그림
자를 보고 앞의 종지를 크게 깨닫고는 게송을 지었다.
남에게서 찾는 일 절대 조심할지니
자기와는 점점 더 아득해질 뿐이다.
내 이제 홀로 가나니
가는 곳마다 그 분을 뵈오리.
그는 지금 바로 나이나
나는 지금 그가 아니라네.
모름지기 이렇게 알아야만
여여(如如)에 계합하리라.
切忌從他覓 迢迢與我踈
我今獨自往 處處得逢渠
渠今正是我 我今不是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