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2 - 선림고경총서 - 15 - 운문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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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이시가(十二時歌)*
                                15)








               축시(丑時)에 닭이 우니

               깨어나서 추레한 모습을 근심스레 바라본다
               군자(裙子)도 편삼(褊衫)도 하나 없고

               가사(袈裟)는 형체만 겨우 남았네
               속옷에는 허리 없고 바지에는 구멍 없고
               머리에는 푸른 재가 서너 말 덮였구나

               도 닦아서 중생 구제하는 이 되렸더니
               형편없이 되어버릴 줄 그 누가 알았으리.

               鷄鳴丑 愁見起來還漏逗
               裙子褊衫箇也無 袈裟形相些些有
               裩無腰袴無口 頭上靑灰三五斗

               比望修行利濟人 誰知變作不喞溜



               인시(寅時)는 첫새벽이니
               폐허된 마을 부서진 절은 참으로 형언키조차 어려운데
               공양 때면 죽 쑤고 밥할 줄 아나 쌀 한 톨 없어서



            *위의 12시가와 게송은 新纂大日本續藏經(國書刊行會)에 나오는 것으로서 앞
              의 것과 내용이 많이 다르므로 여기에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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