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4 - 선림고경총서 - 15 - 운문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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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기는 부질없이 사방을 돌아보고
               만두와 찐 떡은 작년에 벌써 이별하였고

               오늘 생각해 보며 공연히 군침만 흘린다
               집념은 줄어들고 탄식은 많아지니
               백 집을 뒤져봐도 좋은 사람 없어라

               찾아오는 사람은 마실 차를 찾는데
               차 마시지 못하고는 가면서 노여워하네.

               食時辰 煙火徒勞望四隣
               饅頭食追子前年別 今日思量空嚥津
               持念少嗟嘆頻 一百家中無善人

               來者祇道覓茶喫 不得茶噇去又嗔



               사시[巳時]는 오전[禺中]이니
               머리 깎고 이 지경에 이를 줄을 그 누가 알았으랴
               까닭 없이 청을 받고 촌 중 되고 보니

               굴욕과 굶주림에 처량한 꼴,차라리 죽고 싶어라
               오랑캐 장가와 검은 얼굴 이가는
               조금도 공경심은 내지 않고서

               조금 전에 불쑥 문앞에 와서 한다는 말이
               차 좀 주세요,종이 좀 주세요 할 뿐이네.

               禺中巳 削髮誰知到如此
               無端被請作村僧 屈辱飢悽受欲死
               胡張三黑李四 恭敬不曾生些子

               適來忽爾到門頭 唯道借茶兼借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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