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7 - 선림고경총서 - 15 - 운문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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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록 上 107


               雲水高流定委無 歷寺沙彌鎭常有
               出格言不到口 枉續牟尼子孫後

               一條拄杖麤木刺藜       不 但 登 山 兼 打 狗


               술 시 (戌時)는 황혼이니

               컴컴한 빈 방에 홀로 앉아서
               너울대는 등불을 영영 보지 못하고

               눈앞은 온통 깜깜한 금주(金州)의 옷칠일세
               종소리도 듣지 못하고 그럭저럭 날만 보내니
               들리는 소리라곤 늙은 쥐 찍찍대는 소리뿐

               어디다가 다시 마음을 붙여 볼까나
               생각다 못해 한번 바라밀을 외워 본다.

               黃昏戌 獨坐一間空暗室
               陽燄燈光永不逢 眼前純是金州漆
               鍾不聞虛度日 唯聞老鼠鬧喞啾

               憑何更得有心情 思量念箇波羅蜜


               해시(亥時)에는 잠자리에 드니

               문앞의 밝은 달을 누가 사랑하리오
               이때 되면 오로지 잠자리 걱정뿐

               한 벌 옷은 입지 말지니 무얼 덮으려는가
               유가 유나(維那)조가 5계(五戒)는
               입으로는 덕담하나 정말 이상하구나

               내 걸망을 비게 하는 건 그대 맘이거니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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