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9 - 선림고경총서 - 15 - 운문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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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록 上 39


               “온 누리를 한번에 가져와 그대의 속눈썹 위에 놓는다는 말을
            들어보았느냐?그대들이 성급하게 나와서 노승을 붙들고 한 대 후

            려치기를 감히 기대하진 않겠다.우선 찬찬히 자세히 살펴보라.있
            느냐 없느냐.이 무슨 도리냐?
               설사 여러분이 여기에서 알아냈다 해도 납승의 문하를 만난다

            면 다리가 분질러져야 좋을 법하다.영리한 사람이라면 세상 어디
            에 큰스님이 나오셨다는 말을 듣는 순간 내 얼굴에 침을 탁 뱉어

            주어야 좋으리라.그대에게 이러한 솜씨가 없다면 남이 거량하는
            것을 듣자마자 알아차린다 해도 벌써 두 번째 근기[第二機]에 떨
            어진다.보지도 못했느냐.저 덕산(德山)스님은 문에 들어오는 납자

            를 보기만 하면 주장자를 집어들고 와서 당장 쫓아냈으며,목주(睦
            州)스님은 문에 들어오는 납자를 보기만 하면 바로 있는 그대로가

            공안[現成公案]이니,그대에게 몽둥이 30대를 쳐야겠구나 했다.
               이 나머지 무리들은 어떻겠느냐?가령 어떤 부류의 사기꾼이라
            면 남의 고름이나 침을 받아 먹고 한 무더기,한 짐 잡다한 부스

            러기를 기억하여 걸머지고는 가는 곳마다 어리석은 입을 나불거리
            며 ‘나는 선문답을 아홉 가지 열 가지로 이해하였다’하면서 과시
            할 것이다.설사 아침부터 저녁까지 묻고 답하며,겁(劫)으로 따질

            만큼 긴 시간을 대답할 수 있다 치자.그렇다 해도 꿈에선들 보았
            겠느냐.어느 곳이 남에게 힘을 써주는 곳이겠느냐.이러한 사람은

            굴욕스럽게 납승의 밥상에서 공양한다 해도 함께 무슨 말할 거리
            가 있으랴.뒷날 염라대왕 앞에서는 입으로 말할 줄 안다는 것은
            아무 소용 없으리라.

               여러 납자들이여,체득한 사람이라면 대중을 위하여 나날을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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