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0 - 선림고경총서 - 15 - 운문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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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겠지만,체득하지 못했다면 절대로 사기치지 말라.쉽게 세월을
            보내지 말아야 하니,매우 세심해야만 한다.

               옛사람에겐 언어문자로 납자들을 도와준 경우가 꽤 있었다.예
            컨대 설봉(雪峯)스님은 ‘온 누리가 바로 그대이다’하였고,협산(夾
            山)스님은 ‘어디에서나 노승을 찾아보고 시끄러운 시장 속에서 천

            자를 알아내 보라’하였으며,낙포(洛浦)스님은 ‘티끌 하나가 일어
            나면 그 속에 대지가 온통 다 들어 있고,터럭 하나가 사자 한 마

            리다’고 하였다.그대들은 이 모두를 곰곰이 생각하고 따져 보라.
            오래되면 자연히 짚이는 곳이 있으리라.이 일은 그대를 대신해
            줄 것이 없으며 반드시 당사자 각자의 몫이다.

               큰스님이 세상에 출현하는 이유는 그대를 인가해 주기 위해서
            이다.그러므로 그대에게 짚이는 곳이 있어 조금이라도 꼬투리를

            허락한다면 그대를 어둡게 하지 못하리라.만일 실제로 얻질 못했
            는데 방편으로 그대를 깨우치려 해서는 안 된다.이런 납자들이라
            면 떨어진 짚신을 신고 행각하는 무리이다.

               스승과 부모를 버렸다면 정신을 좀 차려야 하리라.
               짚이는 곳을 찾지 못한 처지에서 돼지를 물어뜯는 개와 같은
            솜씨 좋은 본색종장을 만났다면 목숨을 아끼지 말고 진흙탕 속에

            뛰어들어 맛볼 만한 것이 있는지 살펴볼 일이다.눈을 부릅뜨고
            발우와 바랑을 높이 걸어 놓고 10년 20년씩 철두철미하게 결판을

            내라.그리고 결판내지 못할까 근심하지 말라.금생에 깨닫지 못한
            다 해도 내생에 사람 몸을 잃지는 않으리라.이 문중에서는 무어
            라 해도 힘을 덜어야지[省力]평생을 헛되게 저버리지 말 것이며,

            시주․스승․부모도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이 일만을 염두에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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