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2 - 선림고경총서 - 15 - 운문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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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면에 숲이 우거졌는데 무엇이 신령한 나무[靈樹]*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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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이 부니 비가 그쳤다.”

               “ 그렇다면 무엇이 신령한 나무의 가지입니까?”
               “ 풀잎 끝에 햇빛이 비친다.”



               “ 무엇이 눈에 부딪치는 대로 보리(菩提)라는 것입니까?”
               “ 법당 앞 돌기둥[露柱]을 끄집어내라.”

               “ 그 기둥이 그 일과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 어느 세월에나 알겠느냐?”



               “ 가장 맛좋은 제호(醍醐)가 무엇 때문에 독약이 될까요?”
               “ 축[ ]!”



               “ 무엇이 살리는 경계입니까?”
               “ 속으로 사람을 저버리지 않는 것이다.”

               “ 그러면 무엇이 죽이는 경계입니까?”
               “ 3일 뒤엔 창의(唱衣)*하지 못한다.”
                                  7)
               “ 죽이지도 않고 살리지도 않을 경우라면 어떻습니까?”

               스님은 주장자로 쫓아내 버렸다.




            *신령한 나무[靈樹]:운문스님이 살았던 곳이 영수선원(靈樹禪院)이다.
            *창의(唱衣):고의(估衣),고창(估唱)이라고도 한다.스님이 죽으면 쓰던 물건을
              분류하여 값나가는 물건,즉 토지나 금․은 등은 상주물로 돌리고 옷가지 등
              자잘한 물건은 대중에게 나누어주는데,이때 공평하게 나누어지지 않았을 경
              우 경매에 부치는 일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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