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1 - 선림고경총서 - 15 - 운문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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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록 上 41


            고 부질없이 시간을 보내지 말라.이 고을 저 고을 유람하면서 주
            장자를 걸머지고 천 리 2천 리를 다니며 이쪽에서 겨울을 나고 저

            쪽에서 여름을 보내면서 산수를 즐기는구나.성품 깨닫는 일을 해
            내야 할 처지에 많은 재(齋)와 공양을 받고 가사와 발우[衣鉢]를
            쉽게 전수받으니,씁쓸하고 굴욕스럽도다.

               남의 쌀 한 말을 얻고자 하면 반년의 양식을 잃는 법이니,이
            처럼 행각하면 무슨 이익이 있으랴.신심 있는 신도들이 바치는

            한 움큼 채소와 쌀 한 톨을 어떻게 받아 쓰랴.다만 스스로 살펴
            야지 대신해 줄 사람이 없다.
               시절은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으니 하루아침에 죽는 날이 닥치

            면 그 앞에서 무엇을 가지고 어찌해 보겠느냐?끓는 물에 떨어진
            게처럼 허우적대 봤자 소용없다.허공을 날치기하는 그대의 사기

            술로는 더 이상 큰소리칠 수가 없으리라.어정거리며 시간을 부질
            없이 보내지 말라.한번 사람의 몸을 잃으면 만겁에도 회복하지
            못하리라.이는 작은 일이 아니니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만을 믿

            지는 말라.속인도 오히려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
            다’고 하였는데 더구나 우리 사문은 무엇을 하며 살아가야 옳겠느
            냐.열심히 노력하고 몸조심하라.”



               “ 어디가 모든 부처님의 해탈처입니까?”

               “ 부처님 앞에서는 향을 사르고,부처님 뒤에서는 합장을 한다.”


               “ 하루종일 어떻게 해야 모든 경계에 현혹당하지 않겠습니까?”

               “ 3문(三門)앞에서 합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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