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5 - 선림고경총서 - 15 - 운문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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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록 上 95


            侍)가 물었다.
               “신령한 나무[靈樹]에 열매가 익었는지요?”

               “ 어느 때나 도에 대한 신심이 생겨나겠느냐?”


               44.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별일 없이 여기까지 찾아와서 무엇을 찾느냐?나는

            그저 밥 먹고 똥오줌 쌀 줄만 알 뿐이다.내가 무얼 한다고 이해
            하지 말라.그대들은 제방에서 참선하며 도를 묻는데,그러면 제방

            에서 참구한 일이 무엇이냐?한번 꺼내 보아라.”
               다시 말씀하셨다.
               “중간에 너의 집안 아버지를 속여서야 되겠느냐?내 뒤꽁무니

            나 따라다니며 흘린 침이나 받아 씹어 새겨 자기 것이라 하고서는
            ‘나는 선을 알고 도를 안다’고 말한다.설사 그대가 일대장경을 외

            운다 한들 무엇에 쓰려 하느냐?
               옛사람은 그대들이 갈팡질팡하는 것을 보고는 마지못해 ‘보리
            와 열반’을 말씀하셨으나,그것은 그대를 매몰하거나 말뚝을 박아

            묶어 두는 것이다.또 그대들이 알지 못하는 것을 보고는 ‘보리
            열반이 아니다’라고 하였으나,이런 일은 애당초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겠다.그런데도 게다가 그 사람들의 주해(注解)나 찾고 있
            으니,이러한 사람은 부처의 종족을 멸하는 부류이다.옛날에도 다
            그러했다면 무슨 수로 오늘에 이르렀겠는가.

               지난날 행각할 때 어떤 사람이 내게 주석서를 하나 주었는데,
            비록 그가 나쁜 마음을 먹고 그런 것은 아니었으나 하루는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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