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2 - 선림고경총서 - 15 - 운문록(상)
P. 92

92


               36.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나에게 한마디가 있는데,굳이 그대들이 알아주기를 바라진
            않는다.그래도 누가 거론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느냐?”
               한참 잠자코 있다가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로다”하고는 바로

            법좌에서 내려왔다.


               37.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부득이하여 우선 쓸데없는 짓을 하나 하겠다.그대들에게 말
            하노니,이게 무엇이냐?동쪽이냐 서쪽이냐,남쪽이냐 북쪽이냐,
            있느냐 없느냐,보느냐 듣느냐,향상이냐 향하냐,그러냐 안 그러

            냐,이런 것을 몇 집 안 되는 촌구석 노파의 말이라고 한다.그대
            들 중에 몇 사람이나 이 경계에 도달하였느냐?맞아떨어지면 맞아

            떨어지는 것이고 안 맞아떨어지면 조용히 있거라.사바하!”
               그리고는 법좌에서 내려왔다.


               38.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제방의 노스님들은 ‘성색(聲色)밖에 어떤 일이 있음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하나,이것은 사람들을 속이는 말이다.세 칸 법당

            안에서 저 혼자 망상만 부릴 뿐,한번도 꿈에서나마 우리 부처님
            [本師]의 종지를 보지 못하고 있으니 어떻게 자기 신도의 시주를
            받을 수 있으랴.죽는 날에 낱낱이 꼭 그들에게 갚아 주어야 될
   87   88   89   90   91   92   93   94   95   96   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