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3 - 선림고경총서 - 16 - 운문록(하)
P. 83

운문록 中 83


               277.
               공양 때 휘장이 쳐진 자리를 한 번 치더니 “이것은 먹는 것
            ……”하고는 다시 밥상을 한 번 치더니 “이것은 못 먹는 것

            ……”하고는 대신 말씀하셨다.
               “일석이조로군요.”
               278.

               쌀을 나르는데 어떤 스님에게 물었다.
               “사람이 쌀을 지느냐,쌀이 사람을 지느냐?”
               대신 말씀하셨다.

               “아무래도 좋습니다.”
               다시 말씀하셨다.
               “쌀을 나르느라고 수고하는 것은 그래도 괜찮다.”

               279.
               다시 어떤 스님에게 물었다.
               “큰 다리[橋]에 쌀이 얼마나 있더냐?”

               “ 70석 있습니다.”
               스님께서 주장자를 잡아 세우더니 말씀하셨다.
               “쌀 70석이 모두 이 주장자 끝에 있다.걸머지고 오면 되겠지
            만 걸머지지 못하면 너희를 굶겨 죽이리라.”

               대신 말씀하셨다.
               “작은 일이라 할 수 없겠습니다.”

               280.
               하루는 말씀하시기를,“말하는 것이 있으면 여우가 우는 것이
            고,말하는 것이 없으면 사자가 포효하는 것이다.내가 지금 이렇
   78   79   80   81   82   83   84   85   86   87   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