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0 - 선림고경총서 - 16 - 운문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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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5.
               언젠가는 말씀하시기를,“무엇이 밝음[明]을 마주하는 한마디
            냐?”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드러납니다[露].”
               266.
               언젠가는 말씀하시기를,“색(色)도 아니고 소리도 아닌 바탕에

            서 몇 번째 기틀을 밝혀내겠느냐?”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여우 굴속에서 살 궁리를 해서는 안 됩니다.”

               267.
               하루는 말씀하시기를,“옥(玉)그물을 휘장처럼 쳐서 용을 잡고
            실그물을 펴 새우와 조개를 건진다.말해 보라.소라와 조개는 어
            디에 떨어져 있는가?”하더니 대신 말씀하셨다.

               “눈이 온전합니다.”
               268.
               스님께서 가사를 벗다가 한 스님에게 말씀하셨다.

               “말해 보라.내생에 불법을 모르지 않겠느냐?”
               대꾸가 없자 대신 말씀하셨다.
               “스님께서는 다행히도 대인이시군요.”

               또 “저는 감히 말하지 못하겠습니다”하더니 다시 “어째서 감
            히 말하지 못하는가?”하고는 또 말씀하셨다.
               “원래 스님께서 계시는 걸요.”

               269.
               스님께서 섣달 그믐날 밤에 한 스님에게 묻기를,“떡을 씹는
            것은 나한(羅漢)의 약석(藥石)이다.필라(食畢食羅)와 추자(鎚子)를 가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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