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9 - 선림고경총서 - 16 - 운문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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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록 下 89



                                   감변(勘辨)

















               1.
               스님께서 새로 온 납자를 보고 말씀하셨다.

               “설봉스님께서 말씀하시기를,‘길을 열어라.달마스님이 오시는
            구나’라고 하셨다.무슨 뜻이냐?”
               그 스님이 말하였다.
               “스님의 콧구멍[鼻孔]에 부딪쳐 보겠습니다.”

               “ 지신(地神)이 악(惡)에 바쳐서 수미산을 집고서 펄쩍 범천(梵天)
            에 뛰어올라 제석(帝釋)의 콧구멍을 뭉개 버리는데 그대는 어쩌자
            고 일본국에 몸을 숨기느냐?”

               “ 스님께서는 사람을 속이지 말아야 좋을 것입니다.”
               “ 이 노승의 콧구멍에 부딪치고 나서는 또 어쩌겠느냐?”
               대꾸가 없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가 말만 배운 부류라는 것을 알겠다.”

               그리고는 대꾸가 없었던 곳을 대신하여 말씀하셨다.
               “스님께선 그저 제가 진실하지 못할까 염려하실 뿐이군요.”

               다시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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