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4 - 선림고경총서 - 16 - 운문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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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세상이 좋질 않다.”
               11.

               스님께서 한 스님에게 물었다.
               “어디서 여름을 지냈느냐?”
               “ 스님께서는 알고 계실 텐데요.”
               “ 물론 알지.”

               “ 제가 어디서 여름 결제를 지냈는지 말씀해 보십시오.”
               “ 쥐가 쥐구멍에서 나오는구나.”
               대꾸가 없자 대신 말씀하셨다.

               “맞습니다.”
               그리고는 앞에 했던 말에 대신하여 대꾸하셨다.
               “당장 나가거라.”

               12.
               어떤 스님이 하직하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낭패보게 만들지 말라.”

               “ 스님께 무슨 일이 있거든 묻기만 하십시오.”
               “ 좀도둑이 크게 낭패를 보았구나.”
               대꾸가 없자 대신 말씀하셨다.

               “낭패로군요.”
               그리고는 앞에 했던 말에 대신하여 말씀하셨다.
               “적지 않구나.”

               13.
               대중운력으로 쌀을 나르고 나서 앉아서는 말씀하셨다.
               “요즈음은 영민치 못해서 겨우 쌀 한 말 질 수 있을 뿐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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