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0 - 선림고경총서 - 17 - 양기록.황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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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양기록․황룡록


            니 달빛 어린 창가,구름 도는 집집마다 만 입으로 불러 외워 적
            으면 적은 대로 크면 큰 대로 모두 얻는 바가 있었다.

               말로 치자면 가히 사물을 극진히 설명했다고 할 수 있으나 요
            컨대 사물도 극진히 하고 도(道)도 극진히 하는 것으로는 듣는 자
            스스로가 알아차려야 할 일이다.그 가운데 소위 ‘종일 말하나 말

            한 바가 없다’함은 가죽을 벗겨내고 뼈를 부러뜨리는 것으로도
            써낼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혜천스님이 문답을 편집한 일이 옳은가,그른가?옳다
            고 한다면 대장경[毘盧藏]속의 방대한 경전에서도 본래 문자를
            인정하지 않았고,그르다고 한다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용이 뇌성

            을 감추고 묵묵히 있다 해도 본래 그 소리의 위용은 없는 것이 아
            니다.그러므로 옳다 그르다 함이 반드시 정해진 것이 아니다.이

            도리를 알기만 하면 말이 있건 없건 모두 진여이겠으나 이 도리를
            알지 못하면 말이 있건 없건 모두 사견에 떨어진다.그러므로 혜
            천스님의 마음이 바로 네 분 조사의 마음이며,혜천스님의 견해가

            바로 네 분 조사의 견해임을 알겠다.
               ( 스님께서는)그 내용의 우열을 가려 정도(正道)를 보임으로써
            네 스님이 중생을 이롭게 하신 자비심을 널리 드러내고 음성의 세

            계로 들어가 한 몸 아끼지 않음으로써 네 스님이 도를 실천하시던
            은혜를 전하였으니 진실로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본뜻이다.이 도

            에 앉아서 수행하는 사람은 이 글로써 한번 평가해 보라.


               소흥 11년(紹興 11年:1141)3월 5일,

               수인전밀(秀人錢密)이 서(序)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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