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5 - 선림고경총서 - 17 - 양기록.황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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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룡록 85


               “4상(四象:노소음양)이 밀고 옮기면서 끝났다간 다시 시작하고
            2의(二義:음양)가 교대로 형통함이 진실로 이때에 속한다.세상의

            이치[俗諦]는 여러 갈래여서 각자 왕래하는 법칙을 펴내지만,진여
            (眞如)의 경계는 낡고 새로움의 차별이 없다.왜 그럴까.
               이런 말을 듣지 못했느냐.



                 한 생각으로 한량없는 세월을 관찰해 보니
                 감도 없고 옴도 없으며 머무름도 없다.
                 一念普觀無量劫 無去無來亦無住



               이미 가고 옴이 끊겼으니 무슨 낡고 새로움이 있으며,이미 낡
            고 새로울 것이 없는데 또 무엇 때문에 신년하례를 하느라 특별히
            왕래하겠느냐.한 생각이 항상 고요할 수만 있다면 자연히 3제(三

            際)를 아득히 잊는데,어찌 가고 옴에 매이며 무슨 새롭고 낡음을
            묻느냐.그러므로 ‘이처럼 3세의 일을 철저히 알면 모든 방편을

            초월하여 10력(十力:여래만이 가진 열 가지 지혜력)을 이룬다’고 하
            였던 것이다.”
               한참 잠자코 있다가 다시 말을 이으셨다.

               “이처럼 거량(擧揚)하고 설법할 줄은 사람마다 다 알지만 둘을
            부수어 셋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있겠느냐?왜냐하면 세

            상 사람들이 순풍에 돛을 올릴 줄만 알았지 역풍에 키를 붙들 줄
            은 모르기 때문이다.”
               선상을 치고는 법좌에서 내려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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