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3 - 선림고경총서 - 17 - 양기록.황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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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룡록 83


            는 선지식을 만나 보십시오.”
               스님께서 한 발을 아래로 늘어뜨리셨다.그 스님이 “불꽃 속에

            서 흩날리는 눈을 찾고,물 속에서 불이 하늘을 태우는군요”하자
            스님께서는 발을 거둬들이셨다.
               그 스님이 다시 “대중은 참다운 선지식을 증명합니다”하자 스

            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도 틀렸고 그대도 틀렸다.”

               “ 그렇다면 아직은 두 집이 같이 쓰는 것입니다만,북을 끌고
            와서 깃대를 빼앗으며 한 판 붙어 보는 일은 어떻습니까?”
               스님께서는 불자(拂子)를 던져 버리고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 자리에 오르기 전에는 아무 일도 없더니 이 자리에 오르자
            마자 많은 질문과 답변이 있게 되었다.감히 묻노라.대중들이여!

            한 번 묻고 한 번 답변함이 종승(宗乘)에 부합되느냐?부합된다고
            한다면 일대장교(一大藏敎)에 어찌 문답이 없으며 또한 무엇 때문
            에 ‘교(敎)밖에서 따로 펴서 상근(上根)의 무리에게 전한다’고 하

            였겠느냐?부합되지 않는다고 한다면 조금 전에 했던 허다한 문답
            은 무엇을 위함이었겠느냐?행각하는 납자라면 스스로 눈을 떠서
            후회 없도록 하라.

               이 일로 말하자면 신통(神通)이나 닦아 얻음[修證]으로 도달하
            지 못하며 다문(多聞)과 지혜로 논할 바도 아니다.3세 모든 부처

            님도 스스로 알아야 한다고만 했을 뿐,일대장교로 설명하고 주석
            을 내어도 미치질 못한다.그러므로 영산회상 백천만 대중 가운데


            *줄탁(啐啄):병아리가 부화될 때 새끼와 어미가 안팎으로 쪼아대는 것으로
              여기서는 스승과 제자 간의 기연이 딱 맞음을 비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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